✎/Fiction &Wording ♞ 2017. 5. 23. 21:11

[오다자] 썰

여느 때와 같은 여름날, 해가 쨍쨍한 오후수업은 체육.


슬슬 수영수업이 시작될 때라서 체육시간마다 수영장 대청소를 했으면 좋겠다. 여름 더위에 지친 다자이는 청소고뭐고 다 귀찮아서 츄야한테 청소도구를 쥐어주고는 옥상으로 피신을.  옥상과 수영장사이가 거리가 있어서 조금 걸어가야 했는데, 나름 더위를 피한답시고 그림자가 진 길 위로만 걸어갔으면 좋겠다. 옥상이 있는 건물로 들어와 계단을 올라 문고리를 잡고 돌렸는데 덜컥 하는 소리만 날뿐, 문이 열리지 않자 허? 하고 더운 숨소리를 뱉었으면. 잠겨있는 이유는 다름아닌 본인탓이였으면... 학교 내에서도 자살시도를 취미로 하는 아이가 있다고 소문이 나있어서 선생님들 사이에 혹시나 위에서 뛰어내릴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이야기에 문을 잠궈둔거였으면 좋겠다. 


기껏 땡땡이쳐서 온건데, 너무하네 정말. 


올라오는 짜증에 머리를 긁으며 투덜거리고는 그대로 문 옆의 벽에 기대 쭈그려 앉았으면. 하는 수 없이 여기서 시간이라도 때워야겠단 생각을 하다가 아래에서 올라오는 구두소리를 들었으면. 이 시간에 옥상으로 올라오는 선생님이 있나 싶어 계단 난간을잡고 내려다봤으면 좋겠다. 올라오는사람은 다름아닌 오다사쿠. 교육실습을 하다가 더위에 지쳐 잠깐 담배라도 필 생각에 옥상으로 올라온거였는데, 문 앞에 멀뚱하게 서있는 다자이와 시선이 맞았으면. 


네가 왜 여기있는거야. 다자이


오다사쿠! 자네도 더위에 피신온건가? 


안그래도 자네를 생각하고있었네. 역시 자네만큼 통하는 사람이 없군그래. 같은소리를 하면서 팔꿈치로 옆구리를 찔러오는 다자이를 뒤로하고서 바지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옥상 문을 열었으면, 문이 열리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다자이와 오다사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식혀줬으면 좋겠다. 먼저 들어간건 다자이가 아닐까. 으응..중셉이야..